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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to die

2009. 4. 16. 23:59 from 잡다한 이야기
코딱지만한 구리구리 구로동 원룸을 벗어나, 새 오피스텔로 이사들어오면서 이전 원룸에 비해 두배는 됨직한 넓직한 방에 이전 짐을 풀었다. 작은 방에 뭐 들일것도 없었으니 이사하면서도 짐도 별로 없었고, 살림살이래봤자 별거 없지만 방은 너무 횡~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한발만 내 딛으면 엥간한건 손에 닿을 정도 였던 한발짝 생활권에 비해, 이사 들어온 집은 넓었다!!
(뭐 그래봤자 보통 원룸 넓이지만...) 싱크대 옆에 딸린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끄작끄작 거리다가, 횡댕그레한 방을 보며 뭐라도 채워야 되겠다 싶어서 이래저래 생각의 끝에 떠오른...  좌식 탁자!


- 의자에 앉을 필요 없이, 앉아서 이거저거 하다가 귀찮으면 바로 침대로 댕구르르 구를 정도의 근접성!
- 너저분히 어질러 놓을수 있는 충분한 공간!
- 친구랑 술먹고 들어와서 맥주와 각종 안주를 늘어놓을 식탁 및 응접용도 까지!


그날부터 웹질로 열씨미 물건들을 뒤져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딱히 없었다. 일전에 방배동에서부터 쓰던 광활한 MDP 합판으로 짰던 책상을 떠올리고는 직접 만들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의 시작이다. 일단 DIY나 목공 관련 카페를 뒤지기 시작했고, 보통은 공방에서 작업을 한다만, 아파트 거실에서 만드는 이들도 많았고, 꼼꼼한 주부들도 쉽게 할수있다는 글들을 보면서... '만만한거구나!' 자신감이 붙었다고나 할까.


탁자를 만들겠다는 얘기에 일단 동생넘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초등학교때 국기함 만든거 기억안나? 어딘가 틈이 벌어져서 국기함 뚜껑이 안 닫히는 것처럼, 형이 만든 탁자는 노트북 올려놓고 타이핑 할때마다 모서리에서 덜거덕 거릴꺼야."

동생넘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이미 머리 속에는 광활한(!) 원룸 한가운데 심플하니 자리 잡은 탁자와 쌔끈한 맥북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며칠 틈틈히 visio로 그린 도면을 나름 세심하게 검토검토 하여 필요한 재료들을 추려내고, 웹질 중에 적당한 DIY샵에서 합판, 각목, 나사못, 이음쇠, 목심, 이중드릴날, 친환경페인트, 사포... 등등을 주문했다.



 
며칠뒤에 2미터 짜리 재료가 배송됐다. 2미터... ㅎㄷㄷ


 














... 별 생각이 없던 난 약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 . 뭐 아줌마들도 쉽게 한다잖아~

한참 짬이 안나서 시작도 못하고 있다가, 회사 창립기념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라는 생각에, 늦잠을 잘려도 참을 청해도 더 잠들진 못하여 늦잠은 포기하고, 집 앞 맥도날드에서 사온 맥머핀 세트로 아침을 때우고는 작업 시작...





동생의 국기함의 교훈을 흘려들을게 아니었다.
작업중에 사진은 달랑 저거 한장



.... 하여!
결국 어설프게나마 침대와의 근접성, 넓은 면적, 심플함과 앤틱함이 공존하지만 생각보다 안이쁘게 만들어진 좌식책상 겸 식탁이 완성 된것이다. (사실 상판 연결은 아직이지만... ;;)






드릴질도 처음이고 목공도 처음이니 실수가 없을순 없을테고,
곳곳에 아마추어리즘의 흔적과 함께 인간미가 느껴지지않는가. --;;







한 2주간 띄엄띄엄 작업 하면서, 집은 엉망이었고, 곳곳에 나무조각들이 즐비하니, 당장이라도 싸잡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몇번 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는 나름 뿌듯하긴 하지만, 이번 비극을 자초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 어딘가에라도 비슷한 가구가 있으면 돈주고 사는것도 나쁘진 않다. ;;
- 목공은... 원룸에서 하는게 아니다. (톱밥톱밥! 먼지먼지!)
- 드릴질도 지나치면 골병든다. (군대 있을때 제초기 세시간 돌리고 난 기분)
- 드릴질보다 무서운 분노의 사포질!
- 친환경페인트도 냄새는 난다.
- 나의 색상감각은 믿을게 못된다. (왜 하필 '앤틱 브라운'인가.;;)





다음 목표는, 3단짜리 세로 선반인데....


... 그건 마음좀 추스리고 난 뒤에..;;
Posted by 떼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