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9.08.19 '민족의 영산을 우습게 봤구나'... 지리산 1박2일 종주기 4
  2. 2007.10.24 남도 나들이 2/2
  3. 2007.10.23 남도 나들이... 1/2
  4. 2006.12.31 Amsterdam...
  5. 2006.12.20 Altstadt in Duseldorf. 20061220
  6. 2006.12.16 Christmas market in Koln
  7. 2005.10.04 헤이리...
  8. 2005.10.03 강화도
  9. 2005.08.04 카프리...
  10. 2005.07.26 피렌체...
6주간의 중국 출장 후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하계휴가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집에서 '방콕'??? - 보고 싶었던 영화들은 이미 출장 중에 봐 버렸고, 더운 여름에 집에만 있는 것도 답답할 듯 했다. 아우 생각만 해도 답답하네. 기분 전환은 고사하고, 더 스트레스만 쌓이겠지

해외여행??? - 당장 이번 주말부터 휴가인데 어설프니 돈만 쓰고 오는것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 더위에 어딜가...

뭐 이런 저런 고민 중에, 문득 지리산을 떠올렸고 이미 머릿속에 나는 배낭을 짊어매고 지리산 숲길을 걷고 있더라.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이리하여 시작된 무모했던 지리산 종주. 뭐 대단할 것도 없다. 부모님 따라 어린애들도 간다는 지리산 종주, 여자 혼자서도 다녀온다는 지리산 종주, 산은 혼자가야 제맛이고, 종주로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드문드문 동행도 많이 만날수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는 지리산, 기본적인 체력만 받쳐준다면 누구나 종주는 가능하다는 지리산... 

이리 하여, 난생 처음으로 혼자서 배낭메고 산행을 떠났다.


용산역. 밤 10:50분 ... 구례구역 새벽 3시 40분 도착

그 밤시간에 용산역에서 등산 차림을 한사람들은 거의 지리산 행이리라. 용산역, 영등포역, 수원역... 간간히 사람들이 기차에 올랐고, 새벽에 도착한 구례구역엔 등산객으로 북적 거렸다. 어디선가 읽은 대로 바로 성삼재행 버스에 올랐다. 좌석은 물론 버스통로까지 사람들로 가득했고, 미쳐 타지 못한 사람들은 택시를 잡고 있었다.

옆자리에 혼자 앉아있던 날래보이던 분은 화엄사 입구에서 혼자 내렸다. 새벽 어둠을 뚫고 혼자 산을 오르다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버스는 40분동안 비탈길을 올라 성삼재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잠을 못잤더니, 서서가는 버스에서도 무쟈게 졸린다. 걱정이 앞섰다. 지리산 초행에, 저질체력에, 잠도 못자고 오늘 하루 종일 산행이 감당이 될지... 


성삼재. 새벽 5:00 ...

아직 어두울 시간 안개로 자욱했다. 일행으로 온사람들은 다들 모여 준비 운동을 시작한다. 멀뚱하니 혼자 담배 한대 태우고, 등산화끈을 다시 맸다.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은것 같다. '머 별거 있겠어?'. 손전등 대용으로 갖고 온 q5가 제법 밝다. 괜히 기분도 좋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한시간 정도 걸었다. q5 전지가 금방 닳지는 않을지 걱정되서 금방 끄고, 스틱을 꺼내폈다. 어스름한 새벽빛에 제법 걸을만 하다. 스틱은 이렇게 쓰는게 맞는건가... 달그락 달그락...


노고단 대피소. 새벽 5:50 ...

사람들이 제법 모여 앉아 아침 준비로 부산하다. 나도 왠지 멀 먹어야 될것 같았다. 라면을 끓이기엔 조금 어설프고, 터미널에서 사온 김밥 한줄 먹고, 생수통에 물을 채워 바로 출발 했다. 2박 3일로 있으려던 당초 계획은, 아마 이때 1박 2일로 바꿨을 것이다. 난 그냥 밥해먹기가 귀찮고... ;;; 


날씨가 오묘하다. 비 피한다고 하루 일찍 온거긴 하지만, 여기 날씨는 듣던대로 예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노고단은 산림안식기간이라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출입된다고 해도 안가봤을테다. 



삼도봉. 아침 8:30 ...

카메라 꺼내기 귀찮아 그냥 배낭에 넣어둔채 걷기만 했다. 날씨도 그닥 좋은 편이 아니었고, 배낭의 무게가 만만찮으니, 그냥 계속 걸을수 밖에 없었다. 쉴려고 배낭 내렸다 다시 지는 것도 일이다. 계속 걷는 중에 빗물을 잔뜩 머금은 나뭇가지에 한번씩 치인다. 나뭇가지에 서려있던 차가운 빗물이 우수수 떨어져 머리와 어께를 적시면 제법 상쾌하다. 그 기운으로 계속 걷는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삼도봉. 세 개의 도 -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점이란다. 뭐 그렇다니 카메라 한번 꺼냈다. 옆에서 같이 쉬고 있던 어려보이는 남자 둘이 반야봉에 오르니 마니를 갖고 실랑이를 벌인다. '반야봉이 나름 힘든 코스라 하니 한번 가보자.', '천왕봉 가는 길에 여기보다 더 힘든 코스도 많으니 그냥 가자.'... 앞으로 더 힘든 길도 많다는 얘기에 슬슬 걱정도 된다. 힘든길이라... 힘든길이라... 어쩌지, 난 벌써 힘드네. ㅋ

노고단에서 5.5km를 걸었다. 천왕봉까지 20km. 내일 갈곳이라는 생각에 별로 감이 안온다. 20km... 평지에선 자전거로 한시간 거린데 말이지...



연하천 대피소. 10:58 ...


지도상으로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한시간 거리. 벽소령까지 12시에 도착 할 생각에 맘이 슬슬 조급해졌다. 다리도 살짝 노곤하고, 배낭을 맨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웹질로 알아본 바, 벽소령에서 세석평전까지 제법 길이 험하다던데 슬슬 걱정이 앞선다. 점심은 벽소령에서 해결할 생각에 연하천에선 물통에 물만 채우고, 핫브레이크 하나 꺼내 먹었다. 10분 정도 쉬고, 다시 길을 나서자, 바로 앞에서 다람쥐 한마리가 앞서 간다. 길 따라 안내해 주듯 내 앞을 가다 서다 한다. 혼자 피식 웃었다. 왠지 와우 생각이 났... ;;;

뭔가... 이 험한 길은... 40분 정도 걸었는데, 벽소령 까지는 아직 1.5km남았다. 산길에서의 거리는 정말 감이 안온다. 1시간 거리? 그거 누구 기준인가...



벽소령 대피소. 12:40 ...


먼저 쉬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피곤함이 보인다. 그렇지. 나만 힘든건 아니었지. 이건 위로인가;;; 점심을 멀로 먹을까 하다가, 김밥 한줄 놔두면 상하겠다 싶어서 핑계김에 그걸로 때웠다. 먼저 한번 만났던 20대 남자커플(!)중 한명이 물 뜨러 갔다가 투덜거리면서 돌아온다. 식수대가 1km 떨어진데 있단다. 길은 연하천에서 오던 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에 난 그냥 자판기에서 1500원 넣고 포카리스웨트 하나 샀다.;;; 비슷하게 가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오늘 장터목까지 갈꺼라는 사람들이 제법있어, 나도 욕심이 났다. 일단 세석까지는 가보고 생각해봐야 겠지만...... 아.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시 걷는다. 이 길이... 코스중에 가장 길고 지루하고 험한 길이란다.


곰 출현지역은 많았지만, 다람쥐만 숱하게 봤다.ㅎ


비가 온다. 배낭에 침낭을 달아놔서, 레인커버는 안될테고, 우의를 입는 대신 배낭에 둘렀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돌길을 걷고, 기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길은 갈수록 험해졌고, 빗줄기도 제법 쎄다. 진흙에 발이 미끄러워져 조심스러웠다. 이런데서 발이라도 헛딛여 삐기라면, 생각만 해도 난감하다. 무릎에 무리가지 않으려 스틱에 힘을 실었다. 아. 몇시간만에 첨쓰는 스틱을 제법 잘 다룬다 싶다. 괜히 혼자 피식 웃는다. 

쉬는 시간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10분만 걸어도 쉬고 싶은데, 쉴까말까 고민하면서 계속 걸으니, 그냥 계속 걷게 된다. 가뿐 숨으로 바위를 몇차례 올라서 한숨 한번 내쉬고, '쉴까?' 하다가 다시 걷는다. 이젠 내리막도 제법 힘들다. 아니 내리막이 더 힘들다. 쉴만한 데를 만나면, 왠지 조금 더 가면 더 넉넉한데를 만날것 같아서 그냥 걷는다. '본인의 체력을 안배하여, 무리한 산행은 삼가세요'라는 주의팻말이 떠올랐다. 이러다가 그냥 쓰러지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덜컥 겁난다. 잠깐 쉬자 싶어서 배낭 누일 장소와 앉을 장소를 고른다. 안개는 자욱하고, 비는 잠시 멎었다. 한숨 크게 내쉬고 가뿐 숨을 진정 시켜본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 마주보이는 바위 아래는 절벽일테고, 안개가 자욱하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스산하게 짙은 안개만 지나간다. "정말 아무소리 안나네" 혼자 말했다가 조금 무안해졌다. 그리고 다시 아무소리 나지 않는다. 새소리도, 풀벌레도, 파리도, 벌도, 빗소리도 없다. '스르륵'... 이건 안개 알갱이들이 스치는 소린가. 잠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앞으로 갈길을 생각하면, 그게 더 무섭다. 아... 다시 걸어야지, 머 어째.

이정표를 만나서는 가슴이 설렌다. '얼마나 남았을까. 얼마나 걸었을까.' 매번 실망 스럽다. 아직 몇km 못왔고, 아직 몇km 더 가야 한다. 매번 만나는 이정표마다 나를 한심하게 비웃는 듯 하다. '아직 멀었다. 자슥아~'. 세석찍고 장터목 가는 길에 기운없을때 먹을려고 아껴둔 포카리 스웨트를 깠다. 한캔을 원샷을 해도 모자라다. 캔을 우그려 배낭 겉주머니에 쑤셔넣고 다시 스틱을 잡는다. 에구에구...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3시간 거리... 그거 누구 기준이냐고!!!



세석대피소. 16:10

다음날 오르는 중에 찍은 세석대피소


장터목은 일찌감치 마음 접었겠다. 포카리스웨트도 이미 마셨겠다. 배도 고파오고, 더 이상 걷는 건 산행이 아니라 고문이겠다 싶다. 세석대피소와 천왕봉 가는 갈림길에서 주저없이 세석대피소로 발길을 향했다. 오늘 올 거리는 다 왔다 싶으니 갑자기 다리가 더 아파온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취사장에서 저녁 준비를 한다. 일단 관리소에 비예약자 관련해서 물어보고, 바로 야외식탁에 배낭을 풀고 저녁을 준비했다. 아침 점심은 김밥으로 때웠으니 저녁은 넉넉하게 먹어둬야 겠다 싶다. 어차피 오늘 걸을 길은 다 왔다. 사실 벽소령에서 1박 하려던 거에 비하면 오바한거나 다름 없지. 식수대에서 물을 떠다가 끓여 햇반 하나 데우고, 동태국 하나 끓였다. 반찬은 김치랑 고추참치캔. 오면서 몇번 마주친 20대 남자커플(!)에게 캔 하나 건넨다. 어차피 3일치 식량이니 짐도 줄일겸 나눠줬다. 햇반은 처음 데워 먹어본다. 제법 맛있다. 동태국 뜨끈한 국물이 짭짤하니 맛이 기가 막힌다. 김치는 또 왜케 맛있나. 냠냠. 다 먹은 후에 쓰레기는 따로 봉지에 담고, 코펠, 수저는 준비해온 키친 타올로 닦아서 배낭에 정리했다. 담배 한대 피우고, 비누는 쓸수 없으니 간단하게 세수하고, 수건을 적셔 다리에 묻은 흙을 닦아냈다. 그나마 티셔츠랑 반바지가 쿨맥스라 찝찝하기는 덜 하니 다행.

대기자가 제법 많았다. 여자와 40대 이상 남자 등산객은 방배정을 받았고, 30대 이하는 마루에 자리를 받았다. 등산화 챙겨서 머리 맡에 두고 누웠다. '아... 소주'. 와서 먹을꺼라고 작은 팩소주 두개 사왔더랬다. 누워서 한참 망설였다. '소주 먹어야되는데... 일어날까? 아 귀찮은데... 일어날... 까... 말....... 까... 아.......... 소...주..... zzz~



다음날 새벽 세시부터 나서는 사람들로 잠을 설친다. 네시쯤 옆자리를 보니 20대 남자 커플(--;;)이 자리에 없다. 아마 일출보러 일찍 나섰나보다. 일출이라, 일출이라... 어제 날씨 같았으면 일출은 못볼게 분명하고, 일단은 내몸이 내몸이 아녔다. 비비적 거리다가 4시쯤 일어나 침낭이랑 매트를 정리하고, 배낭을 싸서 아래 야외식탁으로 내려갔다. 아침은 라면을 먹자. 햇반도 하나 먹자. 이 아침에 이렇게 배가 고픈거냐. 김치도 꺼내고, 참치캔도 하나 깠다. 일찍 나서면 점심은 하산해서 먹을수 있다. 라면을 다 끓여 막 먹으려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옆자리에서 같이 아침거리를 내놓는다. 밥을 얼려왔는데, 아직 녹지 않아 먹기가 힘들다면서, 라면 국물에 넣고 같이 끓이면 안되냐고 하길레 그러라고 했다. 자기는 면은 안먹으니 다 건지라던데, 다 건지기엔 미안하니 반만 건진다. 사실 난 면보다 국물이 더 필요한데 말이지. 혼자오신 이분은 어제 성삼재에서 장터목까지 갔다가 다시 세석으로 와서 잤단다. 그리고 오늘 다시 성삼재로 간단다. 지리산은 다섯번째 라며 자기가 든 산악 동호회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젊은 사람들도 많으니 나보고 들란다. 아... 하하... 글쎄요.

아침준비 하는 분들... 뭐가 보이긴 하나. ㅋ




식사 정리도 마치고, 짐도 모두 쌌다. 다시 가자. 6:00






어깨가 아팠다. 다리 근육도 아파오지만,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두끼 먹고 나서 배낭이 가벼워 진건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안개는 자욱하지만, 아침 공기 때문인지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어제 지친 상태로 이길을 걸었다면 분명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테다. 무리하질 않았던게 다행이었다. 세석평전을 벗어나 촛대봉에 다다를 즈음에 안개가 걷혔다. 내가 걸어 안개를 벗어난건지, 걷는 동안 안개가 물러간건지, 이틀만에 청명한 하늘을 만났다. 반갑다. 앞에 보이는 맑은 하늘에 피로가 가신다.





촛대봉을 내려오면서 더이상 안개는 없었다. 대신 맑은 공기와 시원한 전경, 나무들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들에 줄곧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쉬엄쉬엄 걸으면서 사진도 몇장 찍고, 경치도 즐기면서 걸었다. 제법 시간이 넉넉하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도 여유롭다. 









<... 무슨 봉이더라....>

잠깐 쉰 사이에 앞서 걷는 부녀 두 사람이 보인다. 아버지는 뒷짐을 지고, 간간히 똑딱이로 사진을 찍어가며 걷고, 뒤따른 딸로 보이는 처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잘도 다닌다. 난 스틱 두개 들고도 속도가 안난다. 이건 순전히 배낭 무게 때문이다. 무거운 배낭



장터목 대피소. 8:20 ... 

수풀 우거진 오솔길을 벗어나니 갑자기 넓직한 공터에 장터목 대피소가 보인다. 장터로 쓰인 동네란다. 왜 하필 이런 높은데서 장을 세우나. 그사람들도 참... ㅋ

장터목 대피소에서 잠시 쉬는 사이에 어제 계속 마주친 20대 남자 커플이 뒤늦게 오는 걸 만났다. 늦게까지 사람들 드나드는 바람에 다른데서 잔거였단다. 이 친구들도 힘들어 죽겠다는데, 표정은 밝다. "난 이제 나섭니다. 또 봐요~" 또 보겠지. 


천왕봉 오르는 길은 꾸준한 오르막이었다. 어제 오늘 걸은 산길 중 마지막 오르막이라는 생각에 쉬지 않고 단숨에 오른다. 철계단을 오르다가 뒤를 보니 살짝 겁난다. 다시 백무동으로 갈려면 이길을 다니 내려와야 하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지는게 그냥 중산리로 하산해야 겠다 싶었다. 꾸준히 한시간 가량 올라 천왕봉에 다다랐다. 안개는 여전히 드문드문 천왕봉을 감싸돌아, 한쪽은 안개로 자욱하고 반대쪽은 파란 하늘에 운해가 보인다. "이 동네 날씨는 참....ㅋㅋㅋ". 오는 내내 내 사진은 안찍었다만, 나름 인증샷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천왕봉 비석에 폼잡고 사진 하나 찍었다. 그리곤 적당한 곳에 앉아 쉬었다. 잠깐 멍때려준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천왕봉 사람들 더 북적거리기 전에 이미 정상의 기분은 충분히 즐긴듯 하다. 다시 배낭을 둘러맸다. 저기 멀찌감치 그 20대 남자커플이 오는게 보인다. 쟤네들은 꼭 다 쉬고 갈려면 오더라.


중산리까지 내리막 4시간, 오르막이 그리울 정도로 힘들다. 아침시간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이 제법 많다. 전날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인사가 어색하더니, 오늘은 인사가 먼저 나온다. 

중산리 지리산 입구,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기분이었다. 지상 강림 기념으로 찬물 샤워 후에 먼저 내려온 20대 남자 커플들과 막걸리 한잔 했다. 준비하지도 않은 서울 가는 버스 예약까지 그 친구들덕에 쉽게 할 수 있었다. 다른 40대 아저씨 한분이랑 넷이서 이래저래 지리산 종주길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한참을 웃었다. 힘든 시간 이었으니 기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지리산에 혼자 온사람이라면 뭔가 고민거리를 들고 온다고들 한다. 난 왜 등산경험도 없으면서 겁도 없이 여길 올 생각을 했었나. 분명 뭔가 답답하였을테고, 뭔가 매듭을 풀고 싶었을 테다. 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뒷자리에서 바람을 맞아가며 그게 뭔지 한참 생각해봤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난 단지 이틀간 쉬지않고 한걸음 내딛는데 집중했고, 넘어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해가며 바위에 스틱을 짚어 오르던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온몸에 피로가 넘쳐도, 땀은 찬바람으로 식히고, 가쁜 숨은 한번 깊게 몰아쉬면서 다시 한걸음을 시작했던 그 때 기분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간간히 머리로 나뭇가지를 스칠때 우수수 떨어진 차가운 물 세례,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던 햇살들까지 한동안 잊지 못할것 같았다. 
Posted by 떼루 :

남도 나들이 2/2

2007. 10. 24. 00:41 from 여행 이야기
점심전까지 담양에 당도 할수 있었다.
작은 동네에서 괜찮은 음식점을 찾기가 생각많큼 쉽진 않았다만.
별 기대 않던 애물단지 네비게이션으로 검색한
'TV에 나온 맛집' 검색으로 괜찮은 한식집 한군데 찾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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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죽 전라도 특유의 분위기를 조금 기대 했다만
"어제도 그렇고... 이동네는 전라도 사투리를 잘 안쓰는것 같네..."
끄덕끄덕.

그 뒤 아주머니가 찬을 내면서...
"쩌기... 두분 키가 징짜 크시구마이...."

쩌기...



삼합, 청국장, 죽순회, 죽순무침, 죽순절임, 3년 묵은 김치, 조기구이, 토아젓... 등등등.
(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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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출사다니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으로 사진 종종 본다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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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봐도 내가 봤던 그 사진들 만큼은 안나온다.
속상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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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녹원.

입구에서 수학여행 온 중딩들이 개떼같이 몰려가는 걸보고 뜨악 했다만...
바글바글 하던 죽녹원 산책로는 한시간 뒤에 거짓말 처럼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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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좀 들고 오라 했더니...
동네 힘좋은 건달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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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이라는 동네는 거리만 얼마 안된다면,
종종 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죽농원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 차에 카메라를 던져놓고,
가만 담배를 피우다가

천방둑을 따라 국수를 파는 게 보여, 별생각없이 평상에 앉아 국수를 시켰다.

삶은 계란과 국수와 나물들이 나오고,
시원한 가을 바람에 식힌 삶은 계란과 국수는...

... 이제 오니 정말 또 먹고 싶다. ;;;
Posted by 떼루 :

남도 나들이... 1/2

2007. 10. 23. 00:05 from 여행 이야기
매년 그래왔듯, 가을에 보내는 여름 휴가...

별 생각없이 남쪽으로 차를 몰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지리해 질 무렵
변산반도 근처 내소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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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7~8분 거리의 곰소항.

"곰소항엔 젓갈이 유명하다지..."
오가는 길에 왠지 들어본 동네인양 치면, 서로 아는 상식에 대해 조합을 맞춰가며
서로 '대강 그렇겟다.' 하며 지나간다만...


곰소항이 젓갈로 유명하다는 건...
... 지리 시간에 배운건가?

뉘엇뉘엇 해 넘어갈 무렵의 곰소항.
밥집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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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젓갈 기술을 자랑한다는 모 식당에서 젓갈정식.

조개탕과 깻잎, 묵은 김치...
그리고 16가지의 젓갈을 일일이 설명해주시면서,
무한 리필(!)해준다는 말씀!!

적당히 허기진 두 장정은 밥 다섯 공기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아주머니의 공기밥 서비스까지 감사히 싹싹 비워 먹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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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까지 배가 너무 불러,
전어 구이 12마리에 소주 두병에, 맥주 11병 밖엔 못마시겠더라.
Posted by 떼루 :

Amsterdam...

2006. 12. 31. 23:02 from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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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루 :
법인에서 준비한 저녁 회식이 있었다.
메뉴는 Haxe...........

뒤셀도르프에서 먹자골목 혹은 까페거리로 유명한 Altstadt로 나섰다.
출장온지 2주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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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이 Haxe, 연한 족발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할듯,
소시지와 으깬감자가 곁들여 나온다.

먹은후 목에 기름기 제거엔... 독일맥주 Alt가 딱!
Alt로 칼칼해진 목을 달래기엔, 기름진 학센이 딱...

머 그런식으로 무한루프를 돌다보면, 포만감에 그만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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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만감과 적당한 알콜에 문을 나설때는 기분이 좋아질수 밖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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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뒤셀도르프 여행 끝... --;;;
Posted by 떼루 :

Christmas market in Koln

2006. 12. 16. 11:42 from 여행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보름 앞둔 토요일 저녁...

퇴근후에 잠시 쾰른을 들렀다.

독일 출장와서 첫 셔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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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루 :

헤이리...

2005. 10. 4. 18:41 from 여행 이야기
혼자 갔던 강화도에 고독함(!)에 질겁하여, 동생 끌고간

... 여전히 청승맞은 휴가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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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역시...

사람없는 헤이리. -_-乃
Posted by 떼루 :

강화도

2005. 10. 3. 11:39 from 여행 이야기
출장으로 못간 여름휴가 대신...

주체하지 못하는 늦가을의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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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루 :

카프리...

2005. 8. 4. 12:16 from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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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떼루 :

피렌체...

2005. 7. 26. 19:42 from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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