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 한편, 그리고 간만에 포스팅. ^^
작년 출장 중에 지리한 시간을 견디고자, 웹질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버지의 깃발'이라는 영화로 다시한번 놀랬고, 한편에서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더 작품성이 뛰어나다 머 그딴 글을 본적이 있었다. 별 생각없이 당시 '아버지의 깃발'은 받아놓기만 하고, 매일 밤 쏟아지는 '하이킥...'을 애청하느라 결국 출장마치도록 하드에만 고스란히 모셔다놓고, 한국와서는 컴터 싹 정리하면서 지워버렸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며칠전에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받아놓고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요즘엔 별 생각이 없다. --;
태평양전쟁, 2차 세계대전 말미에, 이오지마라는 남쪽 작은 섬에서 마지막으로 연합군에 저항하는 일본군에 대한 얘기이다. 역사적 사실로 본다면, 섬에 남은 일본군은 전멸하였고, 연합군도 많은 희생자를 남긴 곳이 그곳 이오지마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끌려가서 지하갱도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도 있다.
태평양전쟁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모두 전사한 일본군을 기리자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꽤나 괜찮은 영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일본군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전쟁상을 담아, 마치 그들을 미화하는 의도가 있어보인다는 머 그런 좀 어설픈 이유.
이오지마는 결국 최전선이고, 연합군이 조만간 쳐 들어올테고,
본부에서 지원은 더이상 없을것이라는 암묵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가슴에 담은 이오지마의 병사와 사령관에 대한 얘기이다.
그들의 생각은 그들이 그렇게 외치던 만세보다는, 집에 남겨둔 아내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고, 그리운 아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여기 주인공들이 하고 싶은 얘기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그렇게 당부를 하지만,
가망없는 전선에서, 만세삼창을 외치고 수류탄을 까서 가슴에 품고 자살하려는, 소위, 전장에서의 겁쟁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외침에 억울한 표정으로 수류탄을 집어든 병사들의 모습과 그들의 생전 이야기들이 안타까운 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전장에서의 한 병사의 그리운과 안타까움을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는 영화로 보면 그만일텐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않는 듯하다. 일본의 전쟁에 대한 당위성 따위는 보이도 않고, 되려 우스개로 묘사되어있구만. 괜히 '니뽕'에게 욱하는 감정에 가려 좋은 영화를 좋게 보지 못하는 비평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에게 없을 일도 아닐 전쟁에 대한 부조리에 대한 영화 중에 하나이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중 하나.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들 중 하나...
... 와타나베 겐 이라는 배우. 이름 듣던대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