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잡다한 일상들... RSS FEED

뭐 정작 별 내용은 없지만서두... ㅋ

박찬욱 감독 인터뷰 기사에 인용되었듯 '여자 잘못 만난 남자의 인생 종치는 이야기' 이다. 맞다. 송강호가 연기한 독실한 신부가 자연스럽게 욕망을 갈구하게 되는 과정과 자기논리에 따라 타협하며 죄의식을 피해가고, 결국에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심리상태를 유연하게 쫓아갈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박찬욱식 유머는 이전 영화에서도 많이 쓰여지던 것들이니 흐름이 끊길 정도로 방해되진 않았다. 박찬욱 영화의 워터마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현 - 송강호의 첫대사 '당근이죠'부터 시작해서...

송강호는 역시 '명불허전'! 밀양에서 호들갑스럽게 전도연을 쫓아다니던 모습, 놈놈놈에서 가방을 들고 헤헤 거리며 뛰어다니던 모습, 살인의 추억에서 리어카 뒤에 타고 쫓아오는 애들한테 손장난(!)치던 캐릭터와 어느하나 오버랩되지 않았다. 초반 아프리카로 임상 실험에 참가하고, 방에서 피리를 부는 뒷모습까지 그는 헌신적인 신부 상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대로 욕망을 갈구하는 과정과 순순히 타협해 가다가 종국에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과정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변화였다. 그는 이토록 자연스러웠다. 오열하는 전도연 옆에서 항상 그자리에 서 있던 밀양에서 처럼...



김옥빈... 때문에 영화에 몰입할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난 정말 태주 - 김옥빈이 죽어서 안타까웠고, 다시 살아나는 장면에선 박수 칠 뻔했다. ㅎㅎㅎ (뭐 그랬단 얘기ㅋ. 나 팬클럽 들지도 모르겠다.ㅋ) 무료한 일상에 젖어 의미없는 눈길을 흘리다가, 일탈로 맛보는 새로운 세상에 흥겨워 하는 눈빛 - 상현이 안고 지붕을 펄쩍펄쩍 뛰어 다닐때, 마작판에 끼어들며 의미있는 눈빛을 보낼때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중간중간 아쉬운 장면은 있었지만, 영화에서의 김옥빈은 내가 알고 있듯, 그냥 얼굴 이쁘고, 몸매좋은 신인 배우가 아니었다. 뱀파이어가 된 후에 팜므파탈 캐릭터는 너무 멀리 나간듯 하지만, 초반에 보인 눈빛 만큼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신인이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걸 보니 정말 살짝 똘기 있는 듯 ㅋ




라여사 역의 김해숙,  강우를 연기한 신하균의 연기는 그들의 집안 분위기와 지리하도록 잘 어울렸다. 태주가 어릴때부터 지겨워하던 그 집안의 공기는 항상 틀어놓는 트롯, 가구들, 마작판, 라여사의 보드카와 강우의 물주머니, 그리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로 모두 표현 될 정도이다. 특히 후반부의 김해숙의 눈꺼풀 연기(!)는 서늘할 정도로 대단했다.

전반적으로 압도를 당한건, 상현의 죄의식과 욕망간의 갈등을 쫓는 플롯이었다. 그 중간 중간에 각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 그 중에 가장 큰 캐릭터의 변화가 있던 태주와 태주를 바라보면서 한숨밖에 안나오는(!) 상현의 감정선을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언제는 귀엽다며! XXX아!" - 뭐 연애가 다 그런거다. ㅋ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일출을 보며 타들어가는 둘의 모습이 너무 짧게 지나가 버렸다는 것.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기사에서 원래 시나리오라면 그 부분은 지옥불에 떨어지는 묘사가 들어갈 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하도 말려서 그정도(!)로 끝내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찍히는 방점이 아쉽기로는 '괴물'에서 어설프게 (어설퍼서 불쌍하게) 타죽는 괴물씬과 비슷하리만큼 아쉽다. 차라리 라여사의 눈에 비치는 실루엣으로라도 둘의 마지막을 이어주는 것으로라도, 실컷 감정선을 따라온 나와 혹 다른 관객들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는것으로 여유있지 않았을까 싶다. 태주가 신은 상현의 신발이 힘없이 떨어져 내리기에는... 나는 좀 아쉬웠다.

뭐 정작 별 내용은 없지만서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