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2008. 12. 17. 21:33 from 잡다한 이야기
그 얘길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적어도 네번까지는 만나봐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수 있게 된다고.

"저는 어떤것 같아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쉬지 않고 쭉 빨아마신 아이스티 바닥을 빨대가 요란하게 훑는 소리 몇번과 함께 우린 다시 어색하게 골목을 걸었다. 약간 유치할뻔 했던 농담을 주고 받다가, 시시하게 끝나버리고 우리는 각자 갈길을 재촉했다. 속이 약간 쓰려왔지만 담배를 불고 불을 붙여 한모금 들이 마시고, 쓰린속은 모른척 무심하게 걸었다. 어느 지쳐 보이는 택시기사의 옆자리에서 미적지근한 여름 밤바람을 얼굴에 쐬고, 2천원을 건네주고 백원짜리 동전을 헤집는 기사님 손동작에 무신경한 듯 인사하며 차에서 내렸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무심한듯 많은, 아니 작은 생각할 꺼리들이 똑같이 줄줄이 이어져 그끝을 더듬기 조차 막막한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이었음에 무표정한 2호선 더운 공기 가득찬 전철에 서서 농담을 섞은 문자를 쓰고 마지막 문장은 약간 고쳐 적었다. 구로디지털 단지역. 여전히 길가에, 가게안에 사람들은 자기 얘기에, 술잔에, 젓가락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당달아 시원한 맥주 한모금 마실 핑계거리를 찾는 적 문자를 확인해가며, 어느샌가 무심한 불붙은 담배 한개피 오른손 집게 손가락 아래 꽂아두었다. 찬물에 샤워 후 '좋은꿈꿔요(^_^)' 한문장에 그닥 마음에 드는 꿈은 꾸지 못 할 듯 폰을 닫았다. 이제 그만하자.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가져도 여전히 후덥지근한 여름밤이었다. 열어둔 창문으로 술취한 사람들의 넋잃은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Posted by 떼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