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

2008. 4. 9. 00:22 from 사진 이야기
저녁먹고 퇴근할 수 있을 만큼 널널해진 가운데,
잠깐 네이버 포토樂보드. 김민선의 사진들을 얼핏 보게되었다.

기교없이 열린 기분으로 순간을 잡는 느낌의 사진들과, 그 느낌들을 잘 살려주는 글귀들을 보고는, 내가 여자였다면, 김민선이 참 미웠겠다. 싶었다. 이쁜것이... 생각도 깊은 듯, 사진도 잘 찍는 듯... 걔 좀 많이 짱인듯...



2년전쯤 언젠가, 선선한 봄바람 부는 한강변에서 혼자 백팩 하나 메고, 사진을 찍고 있는 20대 중반쯤의 남자를 보면서, '혼자 사진찍으로 다니는 것'이 꼭 멋있어보이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눈앞의 광경을 자신이 그린 구도로 꾸려넣으려, 그 순간의 느낌을 그려주는 빛을 담으려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는 카메라를 잡은 이들의 집중과 셔텨를 끊는 순간과 확인하며 만족 혹은 불만의 표정을 반복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몰입의 장면은 굳이 연출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멋져 보인다. 단지 그 '20대 중반쯤의 남자'는 맘에 드는 풍경 (뭐든 찍을려 했었고, 뭐든 맘에 들었으니 거길 향해 카메라를 들었겠지)을 '급하게' 찍고, '급하게' 가던길을 향했다. 뭔가... 주위의 눈을 의식하듯 수줍어 하는 듯한 셔터질과 걸음 걸이 같았다. 같이 밤바람 쐬고 있던 일행도 같은 방향의 '수줍은' 그 청년을 보고 있었다.

    "나도 혼자 사진찍으러 다니면 저렇겠지?"
    "어~"

대답이 중요하진 않았다. 이미 나도 비슷할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뭐... 그나마 저 정도로 '수줍어'하진 않을꺼겠지만, 솔직히 사람많은 장소에서 사진찍기란, 어떤 피사체를 찾고 주제를 떠올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집중하기란 쉽지가 않다. 혹시나 여고생들이 한무리가 지나가면서 괜히 날보고 숙덕거린다는 기분이 들면, 자릴 박차고 울며 도망갈지도 모를일이다. --;;



어떤날은 이런 사람도 있었다.

사람붐비는 쇼핑몰 광장 - 아마 센트럴시티 안에 어딘가 였고, 징그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기다리면서 모퉁이 벤치에 앉아 멍하니 사람들 구경이나 하고 있으려니, 오른쪽 모퉁이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어떤이가 눈에 들어왔다. 히피풍의 복장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이 안가는 외모를 가진 이는 왼손에 받혀는 카메라에 오른손은 셔터를 살짝 두드리듯 혼자 생각에 빠져 있어보였다. 아마 내쪽을 쳐다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그 '히피복장'의 시선은 완전히 고정 되어 있었고, 몇분을 그렇게 한곳만 쳐다 보더니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어 조심스레 셔터를 눌렀다. 아니 카메라를 조심스레 들엇고, 셔터는 경쾌하니 끊는 듯했다. 아마 이전 자세에 오른손으로 셔터를 살짝 두드리던 그 템포를 유지하며,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그러고는 다시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체 뭔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한건,
"나도 옷을 저렇게 입고 다니면, 바닥에 주저앉든 멍하니 넋나간듯 있든,
남들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울수 있을까..." --;;;



간만에 옛날 사진들 보다가, 사진찍을때마다 생각하는 그 순간의 몰입에 대해, 고민에 대해 생각해봤다. '카메라 하나 들고 멍때리기' 한참 안한 지금 다시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에 서 있다면, 난 또 무슨 생각을 해댈까. 이전과 다르게 조금은 다른 시선을 찾을수 있을까. 여고생 무리가 뒤에서 숙떡거린들 여전히 멍때리고 있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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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온정리 바닷가.
- 빛이 너무 많아, 너무 많이 보여, 너무 지쳐버린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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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 생태공원.
- 지는 볕이 주는 푸근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담을수가 없어 황망하니 안타까운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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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테이너 테라스.
- 카메라를 들었을 때 의도했던 구도대로 찍혀준 사진인데,
공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난감한 기억 -



Posted by 떼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