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는게 재미가 붙었다. '복수는 나의 것', 'Closer', '강원도의 힘'... 어떤 순간에 휘둘리는 자신에대해 생각을 해볼 즈음이면, 그 순간의 느낌을 비슷하게 받았던... 아니면, 대충 플롯이 (딱 정확하지는 않아도) 얼추 비슷하게 떨어진다 싶은 영화들이 있다.
'sideway'는 그저 "그 영화 덕에 쉬라즈가 유명해졌지..." 하는 지나가는 말에 2주동안 생각의 저 아래에 깔려 있었다. 다시 한번 봐야 할텐데... 근데 다 보고나니, 쉬라가 아니라 피노더만... 하여간! (미스테리 스릴러는 아니다만;;; 나름 스포일러가 있답니다~ ^^)
결혼을 일주일 앞둔 잭과, 와인에 정통한 중학교 교사 마일즈, 두 친구가 떠나는 일주일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 이다. 지난주에 이 영화 볼때 마실 와인 하나 준비해두고, 주중에 매일 와우에 빠져 사느라 영화한편 지긋이 볼 새가 없었다. 정작 영화에서 주로 얘기하는 와인은 피노 아니면 쉬라즈 인데.... 마시는 와인은 까버네 쇼비뇽이어따. 까버네 쇼비뇽 '아나케나'.... 뭐 내 입엔 그 와인이 그와인이라 상관은 없다만...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세가지 생각.
와인...
우리나라에서야 (나에게도 물론...) 술의 일종으로 치부되기는 한다만, 와인과 함께 하는 사람들간의 대화는 소주에 삼겹살에 비견될 정도로 좋은 경험 중 하나 였다. 굳이 데이트 코스의 하나로 와인을 끼우지 않더라도, 견고하게 막아둔 코르크를 열며 잔에 따르며 흘리는 와인향은 사람들 사이를 끌어주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뭐 어차피 술이니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은 것이지만, 소주에 삼겹살, 치킨에 맥주가 사뭇 다를 응집력이 있듯, 맛난 음식과 와인은 굳이 데이트 코스가 아니더라도 풍부한 대화를 끌어내는 듯한다.
물론 마일즈같은 박식한 와인 상식과 미각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종종 와인을 마셔보긴 하지만, 드는 생각이라면... 'sweet한것 보다는 dry한게 입맛에 맞네.' 정도...--;; 와인농장을 다니며 tasting을 즐기면서 이런저럭 상식과 날카로운 미각을 늘어놓는 마일즈는 tasting 중 껌을 씹는 친구를 타박하며, 방법도 일일이 친구 잭에게 일러준다. 모든 와인은 이렇게 즐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전 와이프의 재혼소식을 듣고는 포도밭을 달리며 와인병째로 들이키기도 하고, 자신의 원고를 출판하지 않겠다는 소식에 tasting후에 버린 와인을 담아둔 통을 그대로 들어마시기도한다.
과정을 들여 소중이 마셔야 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취하게 마련이다. 그 와인이라는 것 역시...
친구...
결혼을 앞둔 잭과 떠나는 마일즈는 기대했던 여행과는 달리 사사건건 동행인 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서 와인들로 맺어진 사람들과의 (여자들과의) 작업들이 탐탁치 않은게다. 목적이 다른 두 친구의 여행에서 다툼은 없을수 없다.
"대학 새내기때 친구일 뿐이에요"... 라고 마일즈가 둘러 대지만, 사뭇 대조적인 두 친구는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합쳐지고, 다른 한편의 마음이 무거워질때 위로가 된다. 그들이 싸우는 장면은 단지 그 외의 순간들 뿐이다. 그게 좀 많긴 하다만...나의 동성 친구와 둘만의 여행은 어떤지... 영화 내내 궁금해질뿐이었다.
영화...
가끔 주인공의 행동으로 위로가 되는 영화가 있긴 하지만, '그건 결국 영화잖아' 하는 생각은 그런 위로를 단번에 사그라뜨린다. 영화 중간에 마일즈가 자신의 소설의 결말에 대해 '아무것도 결론나지 않아' 라고 말하고... 영화는 결국 아무것도 결론내지 않고 끝낸다. 다사다난한 여행을 마친후 잭은 결국 약혼자와 예정된 결혼식을 올리고, 흐뭇하게 결혼식을 바라본 마일즈에게는 또다른... 아니 이전과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잭의 결혼식, 그리고 전 부인의 남편을 마주친날, 자신이 제일아끼는 61년산 셰빌 블랑을 패스트푸드점에서 다 마신 콜라잔에 몰래 따라 혼자 마신다.
- 와인의 복잡 미묘한 것들에 대해... 와인에 대해 한껏 높이는 말들에 대한 통렬한 뒤통수!! -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화 메시지에, 어렵게 마음을 열었던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고 집 대문을 노크하면서 영화는 마친다.
결론이라는 것은 없고, 그 뒤의 생각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르게 될것이다.
그저... "아~~~" 낮게 내뱉는 탄성, 엔딩크레딧과 OST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여운을 이어나갈수 밖에... 어느 영화 평론대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기억에 남는 대사 : 잭 - "문학, 음악, 와인에 대해서는 이해하면서, 왜 내 성욕은 이해 못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