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종종 애용하는 씨너스 이채점에서 오늘도 두형제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TTL VIP카드 팔랑거리며 공짜 표를 두개 받아들었다. 다른 영화관에서 안해주는 TTL VIP에게 공짜표 주는 씨너스, 주말에도 한산한 영화관, 넉넉한 주차공간, 집에서 10분도 안걸리는 거리로 도서출판단지는 참 고마운 동네다.
근데 오늘은 152분동안 잠시 지루한 틈없이 행복하게 해준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역대 어느 악당에게도 느끼지 못한 압박감을 준 히스레저에게,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BGM 을 깔아준 한스 짐머에게 그렇게 고맙더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영화를 공짜로 봐서 참 미안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다크나이트는 정말 멋진 영화이다. 이런 영화는 한 3만원 받아도 안아깝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이 영화에게 별점 최고가 다섯개라면 별다섯개를 최고점이 일곱개라면 일곱개를 탈탈 털어서라도 주고 싶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할 정도이다.
히어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애초에 비상식적인 현실을 감안한다는 것이고, '저게 말이되?' 하면서 딴지를 건다면 그때부턴 영화가
재미없어지기 마련이다. 고담이라는 악에 찌든 가상의 도시, 도저히 방법이 없다 싶으면 영웅 - 배트맨을 부른다는 경찰, 영웅에게
기대를 걸고 환호를 하는 시민들. 뭐 이런것들은 원작의 컨셉임과 동시에 배트맨이라는 상상의 소재들일테지만, 배트맨 비긴스에 이어
다크나이트는 허구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커-히스레저의 첫 등장! 가슴이 떨린다.
싸이코패스인 조커 -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원한이 있어 그러는 것도 아닌, 그냥 재미로 악행을 저지르는 절대악당. 최악의 상대를 맞은 배트맨은 그들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알프레도는 '선을 넘은 것'은 배트맨이 먼저였다고 이야기해준다. 악의 도시인 고담시의 악을 몰아내겠다는
배트맨의 활약은 그네들을 구석에 완전히 몰아넣는 '선'을 먼저 넘었다는 것. 구석에 몰린 악은 그 도시의 새로운 악당을
만들었고, 아무 원인도, 이유도 없는 절대 악당을 만나게 된것이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명제로 끝을 맺는 여타의 히어로 물과 다르게 선과 악은 공존할수 밖에 없다는 주제로 끝을 맺게된다. 한번
잡혔다가 도망친 조커는 다시 잡혔겠지만, 배트맨 대신 도시의 새로운 희망을 줄것이라 기대했던 정의감 넘치는 하비 덴트 검사는
동전 뒤집히듯 '투페이스'가 되었다. 대중들에게 악당들을 몰아낼수 있는 희망의 상징이었던 하비 검사가 무력하게 악에 굴복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숨길수 밖에 없고, 배트맨은 누명을 자초하며 어둠속에서 홀로 고담시를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어둠의 기사
- Dark knight이 된것이다.
폭력을 폭력으로 제압한 배트맨은 폭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 아무 정보도 알아낼수 없는 상대를 만나 한계상황이라 느꼈고, 자기
자신도 폭스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전 도시인의 감시시스템까지 가동시켜 조커를 찾아낸다. 폭력으로 폭력을 진압하는 선을 먼저
넘은 배트맨은 도시전체를 감시하는 '빅 브라더'가 되는 선마저 먼저 넘어 버렸다. 시스템은 바로 파괴시켰지만 그렇다고 용인이
되는 행위는 아닐터이다. 배트맨은 그 일에 대한 댓가를 감수하는 것이다. dark knight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개한테 쫓기는...;;;
아... 찌질해진 배트맨
'아메리칸 사이코'나 '이퀄리브리엄'에서의 크리스천 베일의
차가운 인상에 반해 역대 배트맨 중에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배트맨 비긴스에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기할때와
마찬가지로, 다크나이트에서 더이상의 영웅놀이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심정과, 힘든 상대를 맡아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긴 히스레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보인 외로운 눈빛은 전혀 찾을수가 없었다. 삐딱하게
서있는 뒷모습마저 포스를 뿜어내는 악당연기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잔인한 장면 하나 없는데 인상이 쓰이고, 몸이 오그라
들고, 소름이 끼칠정도이다. 웃으며 경찰들에게 포위된 조커는 다음 시리즈에 다시 나올수 있을테지만, 히스레저는 더 이상 볼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참 아까운 친구... 약좀 잘 먹지...;;
아... 79년생 히스레저. 안습~
웅장하고 비장한 '다크나이트'! ('더 록' 봤을때도 그랬고, '블랙호크다운'까을 봤을때도 그랬다만...) 더이상의 액션 영화는
없다고 과연 장담하겠다 싶을 정도다. 애초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스를 포함하여 3부작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였다만 2편을 이렇게 걸작으로 만들어버리면 다음은 어떻게 할려고 그럴까.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내가 막 뿌듯하고 막이렇다.
ㅋ